안녕하세요! 퍼포밍아츠네트워크 입니다.
매년 12월~2월 즈음에 공연기획자들은 엄청 바쁩니다. 바로 '지원금 신청서' 때문이죠. 문화예술 종사자나 예술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이라도 안 받기가 어려운. 지원금. 실제로 지원금은 예술가에게 단순한 재정적 도움을 넘어서 창작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하는 데에 큰 힘이 되고,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여는 데에 큰 응원이 되지요.
기획자의 입장에서, 예술가로서 예술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공공의 자원을 어떻게 잘 연결하고, 설득해서 받을 수 있는가 또한 하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문화예술 지원금, 지원사업 이라는 제도는 그만큼 명확한 목적과 방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의도를 잘 읽고 내 작업에 맞게 해석해내는 사람만이 문화예술 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원금 신청서에 파묻히는 시즌이 오면, 많은 공연기획자들이 막막함을 느낍니다. 저도 그랬어요. 어떤 언어로 써야 하는지, 무엇을 강조해야 하는지, 어떤 걸 더 써야 하는지... 20년 넘게 극단, 축제, 문화예술 기관, 사회적기업, 그리고 문화예술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나서도 🙃 수없이 글을 쓰고, 읽어보고, 수정하고, 떨어지고, 붙고... 또 떨어지고 붙고 ㅋㅋㅋ 그 경험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바로 옆에서 도와주는 선배가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퍼포밍아츠네트워크를 창업한 2021년 이후부터 4년동안 공유공간, 멘토링, 법률 자문지원 같이 무형적인 지원은 빼고 금전적인 지원만 22억 정도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을 받아서 예술활동을 하고자 하는 예술단체들에게도 1:1 컨설팅을 해 드리고 있어요. 조금 먼저 이 바닥에 들어와서, 그래도 20년동안 감사하게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원금 신청서를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 선정에 떨어진 후 항상 들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안 됐어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작업은 진짜 괜찮은데. 아무래도 선정 기준이 애매한 것 같아요."
"나는 안되고 왜 저 팀은 됐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작년에 관객 더 많았는데."

"대체 왜 떨어졌던 걸까요?"
저 역시 같은 말을 하며 땅을 치고 분노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ㅎㅎ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알게 됐어요. 내 작업이 별로였던 게 아니라, 뭔가 부족해서 안 된 게 아니라, 나의 예술 작업을 말하는 방식이 달랐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지원기관의 언어' 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이게 바로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 신청 노하우라면 노하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1. 지원금에는 '좋은 공연'이 선정되는 게 아닙니다.
퍼포밍아츠네트워크 판에서는 지난 3월부터 <공연기획자의 글쓰기 - 지원금 신청 편> 원데이 클래스를 해오고 있는데요 강의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나 예술가 분들을 만날 때도 제가 항상 하는 말이에요.
지원금 사업은 '작품 공모전' 이 아니에요.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지원 기관이 공공이든 민간이든 지원사업을 추진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사회적/공익적 목적을 가진 그 예산을 어디에 줄 것인가' 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실제 제가 알고 있는 사례를 약간 수정해서 예를 들어볼게요. 두 팀 모두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에 떨어졌습니다.
두 팀 모두 예술성의 문제도, 작업의 완성도가 문제가 아니었어요. 이 작업이 '이 지원금이 만들어진 목적'과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거죠.
2. 공고문은 마감일이 적힌 전단지가 아닙니다.
지원사업 지원금 공고문을 읽을 때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접수 마감일, 지원금액, 첨부 서류 어떤 것들을 넣어야 하는 지를 봅니다. 물론 이것도 정말 중요하죠. (필수 서류 안 넣어서 떨어지거나 마감일 못 지켜서 못 내는 경우도 은근 보았다는 ㅎㅎㅎ)
가장 중요한 정보는 늘 공고문 맨 앞 '사업 목적'에 있습니다.
사업 목적을 깊게 읽고 분석해봤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랑 안 맞으면, 아무리 써도 선정된 가능성이 낮은 거에요. 사업 목적 안에는 길어야 3~4문장 정도의 글이 있어요. 그 문장 안에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꼭 기억하세요.
- 이 사업이 왜 만들어졌는지
- 어떤 사회적 상황이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 예산이 어떠한 방향으로 쓰이기를 원하는지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멋지게 말해야지"~ 보다 중요한 건
"이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을 만든 지원기관은 어떤 말을 듣고 싶어하는 건지 알아내야겠다!" 라는 사실입니다.
3. 프로 기획자는 지원금 신청서를 쓰기 전에 '의도' 부터 파악합니다.
사실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 신청서, 기획안, 제안서 모두 본질은 똑같습니다. 지원금 신청서, 기획안, 제안서 모두 단순히 "우리는 이런 공연을 합니다. 엄청 중요하고 엄청 멋집니다. 대단한 작품입니다" 가 주제가 되는 문서가 아니에요.
이 공연이
왜 지금
왜 이 예산으로
왜 이 사회에 필요한가
어떻게 이 사회에 영향을 줄 것인가
를 설명하는 글이어야 합니다.
4. 지원금 신청서를 쓰기 전에 이것을 스스로 묻고 답해 보세요.
이 질문들을 꼭 던져보세요.
이 지원사업은 왜 만들어졌을까?
이 지원금으로 작년에 어떤 팀이 선정되었나?
지원금 사업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 있나?
지원사업을 만든 기관은 무엇을 원하고/보고싶어 하는가?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내 작업은 이 이유에 어떻게 답할 수 있는가?
더 이상 문화예술 공연예술 지원금 사업의 공고문을 그냥 '지침' 으로 치부하고 대충 읽지 마세요.
공고문은 지원금을 집행하는 기관이 기획자에게 던지는 질문을 질문이 아닌 형태로 적어둔 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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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공연기획자인 저는 공고문 읽는데에 거의 반나절을 씁니다. 지원 기관에 대해서도 찾아보고, 공고문 언어를 해석하려고 정말 노력해요. 그 노력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하게도 몇억짜리 지원사업도 계속 선정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공고문 제대로 읽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문화예술 공연예술 기획자 분들이 지원금 액수, 마감일보다 먼저 지원사업의 의도를 읽고 파악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셔서 어떤 지원금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기획자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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