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긴 밤의 시작을 특별하게 열어준 공연이 있습니다.
PAN이 함께한 23년의 마지막 프로젝트, <제12언어 ‘산문연극’ 시연회>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연극 어법을 빚어내는 시도 : 산문연극 프로젝트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는 그간 ‘문장을 발화하는 연기’를 화두로 오랫동안 12언어만의 연극 작업들을 이어왔는데요.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연극 어법을 빚어내는 것을 목표로 2022년부터 “산문연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낭독 공연이 소설가가 쓴 소설 텍스트를 재료로 삼았다면 이번 시연회에서는 처음부터 연극 작가들이 산문의 형식으로 글을 쓰고, 그 문장들을 배우들의 발화나 연기를 통해 무대화하는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단계인 2024년 올해에는, 한자리에서 시연되었던 작품들을 다듬어 총 3차례 개별적인 공연으로 관객분들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시연회의 준비
시연회를 위해 저희가 사용한 공간은 서울예술인지원센터 5층에 위치한 프로젝트 룸으로 사전 답사 때만 해도 텅 비어있던 곳이었어요. 당일 현장 운영을 위해 도착해 보니 아무것도 없었던 공간은 각종 조명과 음향 장비, 소품들, 기획⋅홍보 작업을 하며 이름으로만 수없이 뵈었던 배우⋅스태프분들로 채워져 활기차면서도 분주한 분위기였습니다.
최종 리허설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저희는 건물 1층부터 5층까지 오르내리며 가능한 모든 곳에 포스터 작업을 진행했어요. 이번 시연회를 놓치신 분들도 지나치며 보시고 관심 가져주십사, 기억해 두시고 본 공연에 한 번씩 더 눈길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런쓰루를 마친 후에는 모든 스탭들이 다 함께 움직이며 약 50개의 객석을 빠르게 정비하면서 하우스 오픈 준비를 마쳤고,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노쇼 없이 준비한 객석 모두 남김 없이 채워졌습니다.
제12언어 ‘산문연극’ 시연회
시연회는 총 3편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 화성 탐사를 위한 비행 중 고장난 우주선에 남겨진 두 남자의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화성에서의 이인극'
- 공연을 위해 광장을 지나 미술관까지 향하는 한 남자의 짧은 여정과 그 내면을 잔잔하게 묘사한 일인극 '산문 극장 연습'
- 일본의 작은 현에서 자란 여학생의 어느 기억을 생생한 주변 묘사와 함께 들려주는 '아침이 있다'
말에 진심인 단체답게 한 사람의 낭독으로 평이하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되었던 텍스트들은 적절하게 쪼개어져 말 그대로 '문장 텍스트가 발화의 재료'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음향과 조명, 영상. 배우의 연기와 몸짓 등 잘 어우러진 연출적인 장치들은 그 말들에 재미를 더하고 백색의 공간을 각 작품에 맞추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더 좋은 작품들로 발전시키기 위해 관객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약 30분간 “산문연극을 위한 수다”자리까지 가지며 2시간 조금 넘는 시간의 시연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든든하고 따뜻한 스태프분들과 함께,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기꺼이 발걸음해 주신 관객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2023년 PAN의 마지막 프로젝트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올 한 해에도 더욱 즐겁고 쓸모 있는 문화 예술 콘텐츠로 인사드릴게요!
다가올 12언어와 함께하는 산문연극 극장 시리즈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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